인종차별과 여성차별은 어떻게 겹쳐 작동할까?

조경희 『낯선 집』에서 대답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한 사람이 놓인 여러 조건을 동시에 겨냥하며 차별이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재특회의 혐오발언에 맞서 소송한 작가 이신혜는 2017년 최종 승소했습니다. 법원은 그를 향한 공격이 재일조선인을 향한 인종차별일 뿐 아니라 여성을 외모로 모욕한 여성차별까지 결합한 복합차별이라고 인정했습니다. 교차성은 차별을 단순히 더하는 말이 아니라, 여러 차별이 서로를 바꾸고 증폭시키는 방식을 설명합니다.

이신혜는 법정에 갈 때마다 50년 전 어머니가 입던 하늘색 한복을 입었습니다. 『낯선 집』은 이를 민족과 전통의 과시로 읽지 않습니다. 복합차별 속에서 위협받아온 자기 몸을 드러내 취약성을 보이면서, 혐오가 만들어낸 관계를 뒤집는 시도로 봅니다.

여성의 몸은 오랫동안 민족의 경계를 재생산하는 ‘공동체의 전달자’로 다루어졌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복을 입은 저항은 기존 규범을 되풀이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신혜에게 한복은 정해진 정체성에 순응하는 표상이 아니라 상처 입은 몸과 관계를 회복하는 집 만들기의 실천이었습니다.

이 사례는 인종차별과 성차별 가운데 어느 하나를 먼저 고르는 분석으로는 당사자의 경험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차별이 만나는 자리에서 저항과 돌봄의 방식도 새로 만들어집니다.

  1. 241~267쪽

    식민주의와 젠더를 함께 읽기

    재일조선인 여성의 경험을 민족 또는 여성이라는 한 축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를 이론과 운동의 역사 속에서 살핍니다.

  2. 269~277쪽

    이신혜 소송과 복합차별

    법원이 재일조선인에 대한 인종차별과 여성에 대한 외모 모욕이 결합한 공격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다룹니다.

  3. 278~289쪽

    한복을 입은 저항과 집 만들기

    법정의 한복을 고정된 전통의 표상이 아니라 취약한 몸을 드러내 관계를 다시 짜는 실천으로 해석합니다.

이신혜에게 한복은 민족과 전통을 재현하거나 과시하는 표상이 아니라, 민족과 여성이라는 복합차별 속에서 끊임없이 위협받아온 자신의 몸을 드러냄으로써 취약성을 가시화하고 혐오의 폭력이 만들어낸 관계를 전복하는 시도이다.
— 『낯선 집』, 2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