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을 숨기면 차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미리내 『보통이 아닌 날들』에서 대답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출신을 숨기는 일은 당장의 차별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 될 수 있지만, 차별하는 사회 자체를 바꾸지는 못합니다. 미야마에 지카코의 가족은 부락 밖에서 살며 조부모의 주소와 직업, 음식까지 감췄습니다. 이는 가족을 지키려는 방식이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자기 삶을 부정해야 하는 고통도 남겼습니다. 책은 숨겼다는 이유로 당사자를 탓하기보다 왜 숨겨야 했는지와 말할 수 있는 관계의 조건을 묻습니다.

미야마에의 부모는 부락 바깥에서 장사하며 살았습니다. 가족은 외할아버지의 도축업과 부락의 음식을 친구에게 말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미야마에는 소중한 것을 감추는 일이 조부모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 같아 우울했다고 회고합니다. 거주지를 옮겨도 출신을 향한 사회의 시선은 일상의 식사와 가족 이야기 안에 남아 있었습니다.

처음 출신을 밝힌 친구가 함께 부락 문제를 고민하자고 답한 경험은 그가 자신의 역사를 조사하는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반면 어머니는 딸이 부락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을 반대했습니다. 딸은 훗날 어머니에게 숨김이 아이를 차별로부터 지키는 유일한 방법처럼 보였을 것이라고 이해합니다. 두 사람의 갈등에는 서로 다른 시대의 경험과 보호하려는 마음이 얽혀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출신을 말한 뒤 모든 상처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미야마에는 사회적 차별과 모녀 관계의 억압을 하나로 환원하지 않습니다. 그는 다른 소수자들을 만나며 자신도 어떤 면에서는 다수자의 위치에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에서 드러나는 변화는 무조건 공개하라는 요구가 아니라, 강요된 자기 부정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표현할 언어와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1. 193~196쪽

    숨겨야 했던 가족의 직업과 음식

    부락 밖에서 살아온 가족이 출신을 감춘 일상과 그로 인한 마음의 부담을 읽습니다.

  2. 197~198쪽

    출신을 말할 수 있었던 친구와의 관계

    함께 문제를 고민하겠다는 응답이 자기 역사를 조사하는 힘이 된 과정을 설명합니다.

  3. 199~201쪽

    어머니의 선택을 다시 이해하기

    숨김을 보호의 방식으로 여긴 어머니와 자신을 표현할 새 언어를 찾는 딸의 관계를 살핍니다.

숨기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부락 밖에서 부락과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우리 가족의 방식이었다.
— 『보통이 아닌 날들』, 1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