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표현을 없애기 위한 법을 만들었는데, 왜 차별은 사라지지 않았을까?

조경희 『낯선 집』에서 대답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노골적인 혐오 표현을 줄이려는 법이 만들어진 것과 차별이 사라지는 것은 다른 일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2016년 헤이트스피치 해소법은 모든 차별 표현을 일괄적으로 형사처벌하는 포괄적 금지법이라기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상담·교육·계발 등 해소 노력을 요구하는 기본법 성격을 지닙니다. 그래서 법 제정 뒤에도 배제의 언어는 안전·상식·질서·국민의 권리·여성 보호처럼 반박하기 어려운 말로 옮겨갔습니다. 조경희는 이 과정을 배외주의의 ‘정상화’라고 부릅니다. 혐오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평범한 말로 갈아입고 제도와 일상 안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새로운 언어는 겉으로 특정 집단을 직접 지목하지 않습니다. ‘일본인 퍼스트’나 ‘이민 반대’ 같은 구호를 문제 삼으면, 반박하는 사람이 오히려 안전이나 상식을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기 쉽습니다. 이 변화는 혐오의 완화라기보다 배제가 더 넓게 받아들여지는 방식의 변화입니다.

이 문법은 한국에서도 발견됩니다. 2018년 예멘 난민을 둘러싸고 ‘여성의 안전’을 내세운 주장, 코로나19 초기 조선족 동포를 향한 의심, 외국인 지방참정권을 ‘상호주의’로 반대하는 논리가 그렇습니다.

『낯선 집』이 2부의 제목을 ‘혐오의 거울’이라 붙인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일본 사회에서 진행된 변화는 한국 사회의 현재를 비추며, 일본의 혐오를 비판하는 일과 우리 안의 배제를 살피는 일을 분리할 수 없게 합니다.

  1. 167~176쪽

    해소법과 배외주의의 ‘정상화’

    2016년 헤이트스피치 해소법 이후 노골적인 혐오가 줄어든 대신 배제의 언어가 제도와 일상 속에서 정당화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2. 177~183쪽

    안전·질서의 말로 옮겨간 배제

    ‘일본인 퍼스트’와 ‘이민 반대’가 직접적인 혐오 표현 없이도 같은 배제 효과를 만드는 방식을 짚습니다.

  3. 184~195쪽

    혐오와 젠더 백래시의 접속

    여성 보호와 전통의 언어가 이주민·소수자 배제와 결합하며 정상성의 외피를 얻는 맥락을 보여줍니다.

“돌아가라”거나 “쫓아내자”는 노골적인 표현은 자취를 감추었을지라도, “일본인 퍼스트”나 “이민 반대” 같은 구호가 동일한 배제의 효과를 보다 제도적이고 정당화된 언어로 수행하고 있다.
— 『낯선 집』, 17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