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가 없어도 시민운동은 이어질 수 있을까?

전명윤 『리멤버 홍콩』에서 대답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2019년 홍콩의 경험은 한 명의 지도자가 없어도 시민운동이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만 지도자가 없다는 말은 조직이나 공통의 요구까지 없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집회를 여는 단체, 정보를 나누는 시민, 현장에 참여하는 학생과 이들을 돕는 사람들이 각자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책은 우산혁명의 경험을 돌아보며 생겨난 이런 참여 방식을 추적하고, 그것이 승리를 자동으로 보장한 것은 아니었음을 함께 보여줍니다.

민간인권전선은 대규모 집회를 주최했지만 전체 운동의 지도부를 자처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단체와 모임이 상황에 따라 행동하고 학생들의 자율권을 존중하는 원칙이 공유되었습니다. 이는 2014년 지도부의 결정에 대한 불신과, 지도자가 체포되면 운동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험에서 나온 선택이었습니다. 공통 행동은 명령 체계만이 아니라 신뢰와 정보의 연결로도 만들어졌습니다.

참여 방식도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온라인에서 경찰의 움직임을 확인해 알리는 사람과 시위대의 귀가를 돕는 차량들이 현장을 지원했습니다. 입법회 점거 과정에서 정리된 송환법 철회, 경찰권 남용 조사, 보통선거 등의 요구는 서로 다른 참여자들이 공유할 방향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행동에 의견이 일치한 것은 아니며, 남을지 철수할지를 놓고도 토론과 갈등이 있었습니다.

‘물이 되어라’라는 방식은 한 장소를 계속 점거하기보다 상황에 따라 흩어지고 다시 모이며 생활과 운동을 함께 이어가려는 시도였습니다. 저자는 참여자 각자가 리더 역할을 하는 운동으로 이를 해석합니다. 이후의 강경 대응과 국가보안법 제정까지 읽으면 분산된 참여가 운동을 지속시키는 힘과, 국가의 통제에 맞서는 과정의 한계를 함께 볼 수 있습니다.

  1. 212~214쪽

    집회 주최와 운동 지도부의 구분

    단체들이 집회를 조직하면서도 참가자들의 자율성을 존중한 원칙을 설명합니다.

  2. 231~240쪽

    공유된 요구와 귀가를 돕는 시민들

    입법회에서 공유된 요구와 ‘아빠부대’가 맡은 귀가 지원 역할을 읽습니다.

  3. 243~248쪽

    생활을 이어가며 각자가 리더가 되는 방식

    고정된 점거를 넘어 유동적으로 행동하는 방식과 지도자 없는 운동의 의미를 읽습니다.

그 결과 이번 시위는 참여한 이들 모두가 스스로 리더 역할을 하는 운동으로 발전했다.
— 『리멤버 홍콩』, 2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