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체제인 중국에도 시민사회가 있을까?

브루스 J. 딕슨 『당과 인민』에서 대답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있습니다. 다만 시민사회를 정권에 반대하는 조직만으로 정의하면 중국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활동을 놓치게 됩니다. 딕슨은 빈곤 퇴치, 직업 훈련, 생활의 권익을 위해 국가와 협력하는 단체와, 정치적 변화를 추구하다 억압받는 단체를 구분합니다. 시민사회가 존재하는지, 국가로부터 얼마나 자율적인지, 민주화를 촉진하는지는 각각 따져야 할 문제입니다.

시민사회는 보통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만들고 운영하는 조직의 연결망을 가리킵니다. 그 안에는 정치적 운동뿐 아니라 자선, 교육, 의료, 취미 활동도 포함됩니다. 중국의 많은 단체 역시 생활의 필요를 해결하려고 활동합니다.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활동을 모두 시민사회 밖으로 밀어낼 수는 없다는 것이 책의 설명입니다.

그렇다고 국가와의 관계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책은 공식적으로 등록한 단체, 등록하지 않았지만 지방 관리와 협력하며 활동하는 단체, 당에 도전한다는 이유로 탄압받는 단체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공식 인정과 국가의 지원은 활동을 가능하게 하지만 자율성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이 구분은 고정된 칸이 아니며, 같은 단체에 대한 태도도 지역과 시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또한 당이 지도자를 정하고 활동을 지시하는 대중 조직을 자발적인 시민단체와 그대로 같은 것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딕슨이 강조하는 것은 시민사회가 있느냐 없느냐라는 양자택일을 넘어, 누가 조직을 만들고 운영하며 어떤 활동이 허용되는지 살피는 일입니다. 시민사회의 성장은 통치의 질을 높일 수도 있고 정치적 변화를 요구할 수도 있으므로, 그 존재만으로 민주화를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1. 157~161쪽

    시민사회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체와 정치적 변화를 추구하는 단체를 구분하며 시민사회의 다양한 역할을 설명합니다.

  2. 175~177쪽

    대중 조직과 자발적인 단체의 차이

    당이 조직하고 지도하는 기구와 시민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단체를 구분해야 하는 이유를 살핍니다.

  3. 177~181쪽

    공식 인정, 비공식 협력, 탄압의 스펙트럼

    등록 여부와 국가와의 관계에 따라 단체의 활동 공간과 자율성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정의 자체만으로는 조직이 무엇을 하는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 『당과 인민』, 1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