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바꾸는 일은 왜 한 번의 승리로 끝나지 않을까?

강신준 『비상구는 왼쪽에』에서 대답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지도자나 정권을 바꾸는 사건과 사람들이 일하고 살아가는 관계를 바꾸는 과정은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강신준은 혁명을 한 번의 결전이 아니라 오래 자라는 유기체에 비유합니다. 무엇을 바꿀지 아는 사람들, 함께 움직일 조직, 현실에 맞는 방법이 지속적으로 필요합니다. 한 번의 승리는 그 과정의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노동과 소유와 의사결정의 관계까지 저절로 바꾸지는 못합니다.

『비상구는 왼쪽에』가 말하는 혁명은 단순히 극적인 사건의 이름이 아닙니다. 현재의 모순을 확인하고, 다른 관계를 만들어가며, 그 관계를 유지할 능력을 키우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누가 변화를 이끌고 무엇을 목표로 삼으며 어떤 수단을 쓸 것인지가 모두 연결되어야 합니다.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공동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변화도 선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조직과 제도, 학습과 협상이 이어져야 하고, 현실이 바뀌면 방법도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저자는 역사 속 실패를 이 과정의 끝으로만 보지 않고, 이후의 변화를 가능하게 한 조건이 무엇인지도 묻습니다.

한국사회를 향한 책의 제안 역시 한 번의 선거 구호로 끝나지 않습니다. 노동조합과 정당이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구성원과 다음 세대가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 관점에서 변화의 성과는 승리한 순간뿐 아니라 그 뒤 사람들이 갖게 된 시간과 권한, 지속할 수 있는 공동의 능력으로 평가됩니다.

  1. 97~102쪽

    변화의 주체·목적·수단

    사회 변화를 누가, 무엇을 위해, 어떤 방법으로 수행할 것인지 나누어 설명하며 혁명을 과정으로 이해합니다.

  2. 109~115쪽

    방법은 현실의 조건과 만나야 한다

    변화의 의지가 현실의 조건과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설명을 통해, 선언과 실제 변혁의 차이를 살핍니다.

  3. 215~219쪽

    씨앗에서 열매까지

    사회 변화를 유기체의 성장에 비유하며, 조직의 장기적 실천과 변화를 이어갈 사람들의 필요성을 제안합니다.

혁명은 단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씨앗에서 싹이 튼 다음 줄기가 자라고 마지막에 열매가 맺히는 유기체의 성장과정을 밟아갑니다.
— 『비상구는 왼쪽에』, 216쪽